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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끄적끄적

요리, 감정,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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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또식 3줄요약
- 맛있는 요리, 음식은 기분 좋은 것이다.
- 남미판 아침 드라마 각
- 고양이는 귀엽다

이번 콘텐츠를 정할 때 재미있는 영화도 여러편 나왔었지만 오랜만에 책이 나와서 좀 반가웠다. 요즘 지대넓얕같은 책을 보거나 소설을 보더라도 고전 소설을 읽어서 조금은 딱딱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딱히 어떤 것을 읽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도 귀찮다 생각이 들었던 차에~~(이게 진심인지도...)~~ 읽기 가볍고 몽글몽글할 것 같은 책을 소개 받았다. 그래서 책을 주문하면서 요즘 다시 요리하는 취미에 맛들리려고 식자재 관련 책도 같이 시켰다.

책을 받자마자 살짝 들떠서 목차를 스윽 훑었다. 그런데 책에 내용도 주인공이 요리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오는 식으로 구성되어있어서 이건 운명이다!하는 생각이 반짝 들었다. 게다가 얇기까지 해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즐거움 1/3 공감 1/3 혼돈 1/3 의 감정이었던 것 같다. 음식과 관련된 내용에서는 공감도 즐거움도 느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혼돈 그 자체였다. 내 인생 영화 3 손가락 안에 드는 아메리칸쉐프에서 이런 장면이 있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인 칼이 아들인 퍼시와 파머스 마켓에서 뉴올리언스식 앙두이 소시지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런 대화를 한다.

🎬 (대충 뉴올리언스에 대해 아냐는 내용)
칼 : "앙두이 소시지나 베이그넷 같은거, 들어봤어?"
퍼시 : "여기서도 팔잖아"
칼 : "완전히 달라"
칼 : " 여기서도 맛있는 건, 거기서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야."
칼 : "그 맛을 말하자면, 진짜 완전히 딴 세상이야"
퍼시 : "우리 언제 가자"
(대화가 계속됨)

책을 읽는 내내 이 내용이 머릿속에서 같이 그려지며 내 기억을 더듬게 되었다. 내가 처음 요리와 만났던 것은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고등학교 때 할머니와 지내며 철 없이 반찬 투정 하면서 내 입맛에 맞게 음식을 하면서부터 였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친구들한테도 먹여보고 싶어서 난생 처음 도시락을 싸봤고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모자라지만 착한 친구들...) 그때부터 요리와 안도감이나 기분 좋은 기억을 가지고 만남을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다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공대에 가서 4년을 고생하고 나서야 나 이거 해보고 싶어요 하면서 거의 가출하다시피 해서 독립과 주방 일을 시작했었다. 그때는 어려서 그랬는지 몸이 크게 피곤하지도 않았고 왠지 모를 뿌듯함과 성취감이 많이 들었었다. 여차저차 해서 지금은 다시 전공인 IT계열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요리는 나에게 즐거운 안식처이다.

그래서 책의 초반에 티타가 주방에서 안식과 편안함을 느꼈다는 부분이 이해되고 공감되었다. 음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그게 음식에도 영향을 줘서 음식을 먹은 사람들까지도 감정변화가 나타나게하는 표현은 기발하고 신선했다. 하지만 티타의 삶은... 충격과 카오스였다... 남미판 막장드라마가 있다면 이런 내용일까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직 티타의 페드로 같이 운명적인 만남이 없었어서 그랬던 것일까? 내가 좋아서 안 볼 수 없으니 나의 언니와 결혼한 사람과 세상을 속이고 자신의 마음을 죽이고 몇 십년이나 계속 되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못할 것 같다. 아니 보통이라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야반도주는 못할지언정 최소한의 예의는 보였어야 할것 아닌가. 그리고 마마 엘레나의 지독한 독불장군인 내 사전에는 타협이란 없다라는 식의 태도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내 기억이 맞다면 마마 엘레나는 책에서 딱 한번 타협을 했는데 혁명군이 집에 들이닥쳤을 때 였던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려고 자기 자신이 희생하고 감내하는 것 이라면 이해하겠지만, 그것을 타인에게까지 고집하고 희생을 강요하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정말 구시대적이고 인간적이지 못하다고 생각 되는 부분이었다.

티타만큼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의 결정이 어느 정도 인생에 영향이 있었고 요리에서 위안을 얻고 감정을 전달한다는 부분에서는 많은 공감이 되었다. 예전에는 요리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먹는 동안에는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비록 지금은 그렇게 느끼게 해주고 싶은 사람의 범위가 줄어들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렸지만 아직도 요리로 사람들을 좋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한 켠에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니 내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내가 이 책에서 느낀 것은 고맙게도 아직 요리에 대한 기분 좋은 감정이 있다는 것이고, 페드로 같이 비겁하거나 마마 엘레나 처럼 독단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쓰다 보니 TMI가 되어 버린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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